뭔가 물렁해진 느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좀 물렁해졌다 싶으면 불안감이 스며든다.
누구나 자신의 주변에 울타리를 치고 문고리에 자물쇠를 달고 산다.
그 울타리의 높이나 두께, 자물쇠의 보안 등급은 각기 다르겠지만...
세월이 갈수록 울타리 문을 열고 사람을 맞이하는 데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어째 울타리를 쌓고 보수하는 데에 더 익숙해지는 것 같다.
영화 [Running on empty] 중 어머니 애니의 소박한 생일 잔치.
이런 장면을 보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문구가 생각난다.
내가 살아가는 중에도 이런 장면이 연출될 때가 있었을텐데.
난 항상 못되먹게 튕기고 밀어내곤 했던 게 아닌지...
그러지 말아야지...뒤늦게 이런 결심을 굳히곤 한다.
이걸 한심하다고 해야해? 기특하다고 해야해?
*
이 영화는 장면장면 몽땅 1분짜리로 짤라다 올려버리고 싶다.
배경이나 분위기가 아니라...사람이 참 아름다워 보인다.
물론, 리버 피닉스의 롱컷을 우선 잘라내고 싶다.
그 다음에 비싼 식당에서 16년만에 이루어진 부녀상봉 장면도,
아버지가 술에 취해 자신의 진짜 이름을 목청껏 외치던 장면도...
**
피닉스의 아버지 역인 주드 허치(Judd Hirsch)라는 배우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수학을 이용해 범죄를 해결한다는 [Numb3ers]라는 시리즈물에 등장하신단다.
마음에 숨쉴 구멍이 생겼으면 좋겠다.
사람을 믿는 것, 사랑하는 것, 조금 의지하고 손해보는 것, 정확하게 맺고 끊지않아도 되는 융통성...
그리고 능구렁이 한 마리와 적당한 사기 기질이라던지...
다 되돌려받고 싶어졌다.
원래부터 내 것이 아니었던 거라면 역시 욕심인가?
내가 엄청난 욕심쟁이인 줄은 알고 있지만, 때때로 그 욕심을 덜어내기 위해 더 단순해지려 노력하지만...
지겹도록 꼬리를 무는 욕심이 힘겹구나.
more..
조금만 더 있으면...
당신을 외롭게해서 미안했다고,
조금은 용서하겠다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more..가사
홍대에 [몽마르뜨 언덕 위 은하수 다방]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카페가 있다.
무려 몽마르뜨 언덕 + 은하수 + 다방 이다...
노라 존스의 음악이 많이 흘러나왔고 흡연이 가능하기 때문에 절반 이상은 흡연자.
다행히 탁 트인 공간이라 담배연기가 공간에 오래 머물지는 않는다.
바나나와 시나몬을 얹은 토스트가 맛있고 미술과 여행 등을 주제로 한 책도 30여권 꽂혀있다.
디제이박스~요즘은 보기 힘든 LP판도 보인다
탁 트인 내부...흡연이 가능한 곳이라 담배연기 감수만 하면 아늑한 곳
전설속의 화랑 성냥을 보다~
more..마음의 벽
Celebrate life like the rich, elegant people do.
대화란 즐거우면서도 쉽지 않은 것.
20년지기 친구와도 가끔 대화의 핀트가 어긋날 때가 있고 1분전에 만난 사람과도 폭포 떨어지듯 말이 끊이지 않을 때도 있고...가장 좋은 기름칠은 먹는 것을 앞에 두는 것 같다. 가장 원초적인 단어와 솔직함으로 쉽게 공감대를 만들 수 있으면서 그 음식의 질이 좋건 나쁘건간에 대화거리를 제공할 테니까.
커피와 담배는 그 중 가장 저렴하고 선택의 갈등이 필요없는 종목이 아닐까.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듯한 상황의 에피소드들이 끊임없이 웃음과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정말 별 일 없지?', '언제든 마음의 준비가 되면 말해'라고 반복하지만 정작 어떤 대화도 하지 못하는 친구,
어두컴컴한 작업장 휴게실에서 '노동자들의 커피'를 '부유한 사람들의 샴페인'처럼 향유하는 두 노인,
커피를 대화의 도구가 아닌 이성적 관심에 대한 방패처럼 사용하는 아름다운 여인,
어색하고 이질적인 감정을 커피와 담배로 아슬하게 비켜가는 사촌의 대화...
영화가 끝나고 나니 그 극장안에 있는 사람들과 수다라도 떤 듯한 기운이 느껴졌다.
영화가 마법과 같은 효력을 발휘하는 건 아마도 이런 순간?
* William Wordsworth의 '초원의 빛(Splendor in the Grass)' 中...손현숙 해석
What though the radiance which was once so bright
Be now for ever taken from my sight,
Though nothing can bring back the hour
Of splendor in the grass, of glory in the flower
We will grieve not, rather find
Strength in what remains behind;
한때 그처럼 찬란했던 광채가
이제 눈앞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한들 어떠랴
초원의 빛, 꽃의 영광
어린 시간을 그 어떤 것도 되불러올 수 없다 한들 어떠랴
우리는 슬퍼하지 않으리,
오히려 뒤에 남은 것에서 힘을 찾으리라
more..
동호회 친구들과 수다를 나누던 와중에 버리지 않고 간직한게 너무 많다는 걸 깨달았다.
오늘 몇몇 옷과 소품들, 침대 옆 조명기기, 전자기기, 머플러 등을 의류함과 쓰레기봉지 등에 담았다.
청소를 하면서 울적했던 이유는 어떤 기억같은 것 때문이 아니라 모두 버릴 수가 없다는 사실 때문...
대부분의 것이 '버려야 할 것'으로 분류되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울적함의 원인이 두려워하던 것은 아니라 다행이다.
노력하지 않아도 흘러가는 시간에 감사함...
어제(3월 17일)의 올드독 일기~
한동안 올드독과 성게군을 잊고 있었다.
진실을 알려주고 피를 보는 것과 거짓으로 유혈상태를 빗겨가는 것.
진심으로 사랑하고 걱정하며 이 마음을 곡해하지 않을 이들에게는 전자를, 그 외에는 후자를 추천.
사랑하고 걱정하나 적당한 기름칠이 더 필요한 단계에서도 후자를 추천.
*
그런데 이거 그림 이렇게 퍼와도 되는건가...관련 언급이 없어서 퍼오긴 했는데 어째 뜨끔뜨끔.
혹 문제되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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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유혈사태라니...어휘가 어째. 올해 봄 들어 뭔가 과격해지고 있다, 일교차처럼.


